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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끝”이라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다. 우리의 흔적은 현실을 넘어, 인터넷 세상 곳곳에 남아있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유품 정리사의 개념과 필요성, 실제 사례, 직업 전망까지 폭넓게 다뤄본다. 사진, 동영상, 이메일, SNS, 심지어 각종 온라인 금융자산까지. 세상이 디지털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사망 후 남겨진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관심과 필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롭게 떠오른 직업이 바로 ‘디지털 유품 정리사’다.
디지털 유품이란 무엇인가?
디지털 유품은 쉽게 말해, 사망자가 생전에 남긴 각종 디지털 데이터와 온라인 자산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스마트폰, 컴퓨터, 외장하드에 저장된 사진과 동영상
이메일 계정 및 각종 메신저 대화 기록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 트위터 등 SNS 계정
인터넷 뱅킹, 암호화폐, 온라인 쇼핑 계정
클라우드(네이버, 구글, 드롭박스 등) 자료
게임 아이템, 온라인 구독 서비스 등
이처럼 디지털 유품의 범위는 상상 이상으로 광범위하다.
그러나 정작, 사망 이후 이를 정리·관리하는 방법을 미리 계획하거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디지털 유품 정리사의 등장 배경
전통적으로 유품 정리는 고인의 방을 정리하고, 옷·책·사진 등 현실의 물건을 처리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디지털 흔적’의 비중이 크게 늘면서, 물리적 유품뿐 아니라 디지털 유품 관리가 필수적 과제로 대두되었다.
특히 고령자와 1인 가구, 젊은 세대 모두 디지털 환경에 노출된 현실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
유족이 고인의 사진·영상을 복구하거나 저장하는 데 어려움
SNS 계정이 해킹, 명의도용, 악성 게시물에 악용
고인의 온라인 자산(예: 암호화폐, 온라인 예금 등) 찾지 못해 재산 손실
남겨진 이메일, 메시지, 클라우드 자료에서 가족만 모르는 중요한 정보 발생
고인 SNS에 각종 스팸·피싱·홍보글이 올라오며 2차 피해
이런 사회적 배경 속에서 ‘디지털 유품 정리사’라는 신직업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디지털 유품 정리사의 주요 업무
1) 계정 해지 및 데이터 백업
고인이 남긴 각종 SNS, 이메일, 클라우드 계정을 안전하게 해지
가족과 상의하여 중요한 사진, 영상, 문서 등만 백업 및 전달
2) 온라인 금융자산 확인 및 관리
고인이 보유한 인터넷뱅킹, 증권, 암호화폐 등 자산을 확인
유언장, 가족 상속 서류에 따라 합법적으로 처리
3) 개인정보 보호 및 삭제
각종 플랫폼에 흩어진 개인정보, 사진, 메시지 등 삭제
해킹, 명의도용, 악성 활용 방지
4) 온라인 커뮤니티·서비스 해지
쇼핑몰, 구독 서비스, 온라인 멤버십 등 해지 및 결제 정지
) 가족 상담 및 심리 지원
디지털 유품 정리를 둘러싼 가족 간 갈등 조정
유족의 정서적 아픔에 대한 공감과 배려
실제 사례로 보는 디지털 유품 정리의 필요성
사례1. SNS 계정 해킹 피해
젊은 나이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A씨. 가족들은 A씨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남겨두려 했으나, 어느 날 계정이 해킹당해 사기광고 게시물로 도배되었다.
결국 계정을 영구 삭제했지만, 가족들은 소중한 추억 사진을 되찾지 못했다.
사례2. 미처 찾지 못한 온라인 자산
1인 가구였던 B씨가 사망한 후, 가족들은 온라인뱅킹 비밀번호를 몰라 수백만원 상당의 예금을 찾지 못했다. 이후 디지털 유품 전문 업체에 의뢰하여 계정 정보 일부를 복구하고, 상속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사례3. 남겨진 메신저 메시지로 인한 가족 갈등
고인의 휴대폰 메신저에서 과거 가족과의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메시지가 발견되어, 가족 간 불필요한 갈등이 발생했다. 디지털 유품 정리사는 민감한 정보에 대해 가족과 상의하여 삭제·보존 여부를 신중히 결정한다.
디지털 유품 정리사가 되려면 – 필요 역량과 자격
1) IT 및 보안 지식
각종 플랫폼별 계정 복구, 비밀번호 리셋, 데이터 백업 및 삭제
개인정보보호법, 전자금융거래법 등 법적 이해
2) 심리적 공감과 소통 능력
유족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
민감한 사안에 대한 중립적 중재자 역할
3) 법률 지식
상속, 유언,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법률 이해
각종 증빙 서류 발급 및 제출 업무
4) 보안 및 복구 기술
데이터 복구, 계정 복원, 삭제 불가 자료 처리 등 고급 기술 필요
직업 전망과 사회적 영향
디지털 유품 정리사는 아직 국내에서 활성화 초기 단계이지만,
고령화 및 1인 가구 증가
온라인 금융 및 자산의 확장
개인정보보호 및 사생활 이슈
이 세 가지 트렌드와 맞물려 앞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대형 장례식장, 법무법인, IT보안기업 등에서 관련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며,
해외에서는 이미 전문 업체가 시장을 형성했다.
디지털 유품 관리, 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까
평소 주요 계정 목록, 비밀번호 관리 앱 등을 사용해 가족에게 공유
소셜 미디어별 사망시 처리 정책(구글 레거시, 페이스북 추모 계정 등) 미리 설정
중요한 자료는 별도 백업·암호화
디지털 유언장(‘디지털 자산에 대한 마지막 의사’ 작성) 활용
아날로그 시대의 유품 정리에서, 디지털 시대의 유품 정리로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유품 정리사는 단순히 데이터를 삭제하거나 계정을 해지하는 역할을 넘어,
남겨진 가족의 슬픔을 덜어주고, 고인의 삶을 온전히 마무리하는 ‘디지털 장례지도사’로서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지닌다.
가까운 미래, 이 직업은 우리 모두의 삶과 죽음에 꼭 필요한 전문 영역이 될 것이다.